'부스비 안 받는' 실험 통했다… 기획력 입은 48개 전시 베일 벗어

AI 활용 갤러리 데이터 분석, 아트 마켓이 전하는 '목소리' 찾았다

오는 5월 21일부터 24일까지 서울 코엑스 마곡에서 열리는 제1회 하이브 아트페어(HIVE ART FAIR)가 개막을 앞두고 구체적인 행사 윤곽과 프로그램, 그리고 파격적인 운영 정책의 실험 성과를 공개했다. '지속가능한 예술생태계'라는 주제로 첫 해를 여는 하이브 아트페어는 48개 갤러리의 전시 서문과 키워드를 AI 도구로 분석해 오늘날 아트 마켓이 세상에 들려주는 목소리도 확인했다.

서로 다른 도시, 서로 다른 언어, 서로 다른 세대, 단 한 번의 사전 조율도 없이 기획안을 제출한 48개 갤러리가 하나의 질문을 향해 수렴하고 있었다. 이것은 미술계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예술이 건네는 질문이다.


1. "아트페어를 넘어선 48개의 개별 전시"… 갤러리의 기획력이 전면에 나서다

올해 첫 번째 에디션을 여는 하이브 아트페어에는 총 48개 갤러리(국내 36개, 해외 12개)가 참가한다. 본 행사의 가장 큰 특징은 모든 갤러리가 동일한 크기의 부스를 배정받는다는 점이다. 주최 측이 전체적인 동선과 전시 기획을 고려해 위치를 배치하되, 갤러리들의 지정 신청과 요구를 최대한 수용해 상생의 공간을 완성했다.

갤러리들은 기존 아트페어의 단순한 '나열식 작품 설치'에서 벗어나 독립된 '전시' 형식의 기획을 선보인다. 주최 측은 모든 갤러리로부터 전시 제목과 기획서를 사전 접수했으며, 현장의 명판과 리플렛에는 갤러리 이름과 함께 전시 제목이 표기된다. 공식 웹사이트에서도 각 갤러리 페이지마다 전시 제목과 핵심 키워드를 공개해, 관람객은 48개의 엄선된 개별 전시를 순례하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

48개 전시, 158명의 참여 작가 — 단 한 명의 작가도 중복되지 않는다. 개인전 13개, 2인전 7개, 3~5인 그룹전 22개, 6인 이상 그룹전 6개. 작가 중복률 0% — 이것이 하이브의 기획 중심 구조가 실제로 작동하고 있다는 가장 직관적인 증거이다.


2. '부스비 없앤' 나비효과… 갤러리의 자발적 투자로 이어져

'부스비 폐지' 및 '선택적 구매' 방식은 성공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기존 아트페어들이 높은 부스비 책정으로 갤러리의 재정적 부담을 가중시켰던 반면, 하이브 아트페어는 갤러리들이 필요한 요소만 구매하도록 설계하여 오롯이 '작품을 보여주는 방식'에 예산을 집중할 수 있게 했다.

그 결과, 당초 우려와 달리 갤러리들의 예산 지출은 크게 위축되지 않았다. 첫 에디션인 만큼 예산을 예민하게 책정한 갤러리도 있지만, 오히려 하이브가 당초 제시했던 부스비(약 1,800만 원, 부가세 별도)를 상회하는 금액을 부스 연출과 기획에 과감히 투자한 갤러리도 등장했다. 부스비 부담이 사라지자 갤러리들이 전시와 작가를 돋보이게 하는데 능동적으로 예산을 투입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이브는 부스비라는 단일 수입원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티켓 판매·기업 파트너십·프로모션 라운지 운영·위치 선택 서비스 등 다각도의 수익 구조를 검증하고 있다. 지향점은 갤러리와의 단순한 임대 관계를 넘어 동반 성장하는 파트너십이다. 주최측이 부스비를 양보하면서 갤러리가 기획에 투자하고, 그 기획이 컬렉터를 끌어들이고, 그 성과가 갤러리와 하이브 모두의 가치로 돌아오는 선순환이다.